왜 계속하고 있을까?

 

“가게 문 닫았으면 이제는 안 만들겠네요?”
종종 듣는 질문이에요.
그리고 그럴 때마다 “지금도 매일 만들고 있어요.”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8시쯤 커피 한 잔 내리고, 오븐이 예열되는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 감각이 저에게 안정감을 줘요.
그렇게나 힘들어했고, 이젠 안 해’라며 고개를 저었었는데

여전히 만들고 있는 자신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시작과 멈춤, 그리고 다시 시작

 

처음 가게를 열 때, 저는 두려움보다 확신이 컸어요.

“내 디저트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어요.
디저트를 통해서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과 내 디저트로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런데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항상 행복한 건 아니더라고요.
일이 많아질수록 지치고,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고,
“이게 내가 진짜 원하던 방식이 맞나?” 계속 질문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문을 닫기로 했어요.
가게를 접는다는 건 단순히 일을 쉬는 게 아니라
한때 진심이었던 저의 마음을 내려놓는 일이기도 했어요.
처음엔 정말 쉬고 싶었고, 베이킹과 멀어지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 다시 베이킹을 하고 있더라고요.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하고 싶어서’였어요.
베이킹은 제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무언가’였던 거죠.
 

한 통의 메시지

 

어느 날, 제가 만든 휘낭시에를 드셨던 손님에게서 메세지를 받았어요.

“요즘 좀 힘들었는데, 사장님 디저트 먹고 위로받은 기분이었어요.”
그 메시지를 한 참 보면서 제가 왜 다시 굽고 있는지를 떠올렸어요.
디저트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감정의 언어가 될 수 있다는 걸
그걸 잊고 있었더라고요

 

제가 처음 디저트를 만들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비슷했어요.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던 시절, 우연히 먹었던 케이크 한 조각이 제 인생을 바꿨어요.
달콤하면서도 상큼했던 그 케이크가 누군가의 말보다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었어요.

그 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누군가의 그런 순간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지금도 계속 굽고 있어요.

 

‘써니크럼’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

 

‘써니크럼’은 햇살 같은 따뜻함과
쿠키 조각처럼 소소하지만 다정한 느낌을 담은 이름이에요.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위해 디저트를 만들던
그 다정함과 정성이 떠오르는 단어이기도 해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게 ‘위로’, ‘추억’, ‘다시 오고 싶은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어요.

이 이름을 처음 지었을 때, 마음 한 편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지금도 써니크럼을 부를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져요.

 

써니크럼이 지향하는 것

 

써니크럼이 추구하는 건 단지 ‘맛있는 디저트’가 아니에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걸 먹는 사람이 오늘 하루만큼은 따뜻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디저트 하나로 기분이 조금 나아질 수도 있고,
말없이 위로를 건넬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은 가게 대신 클래스와 소규모 주문으로
써니크럼을 이어가고 있어요
판매보다 관계에 집중하고,
속도보다 방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요.
누구를 위한 디저트인지,
왜 이걸 굽고 있는지를 놓치지 않으려고요.

 

저에게 디저트는 '위로'입니다

제가 저의 디저트에 대한 철학을 말하면 사람들이 
“요즘 디저트 가게가 얼마나 많은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먹는 게 무슨 위로가 돼.”라고 말을 해요.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해요.
그래도 디저트 하나로 누군가의 무거운 마음이 잠시라도 가벼워질 수 있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베이킹은 저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에요.
먹는 사람도, 함께 만드는 사람도,
모두 그 안에서 다정함을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마무리

저의 신념은 단 하나예요.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혹시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조금 지치거나,
작은 위로가 필요하다면 써니크럼으로 오세요. 

당신의 마음 한구석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속도로 살고 있어요.
그리고 그 속도 안에서
나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이미 충분히 괜찮은 출발이에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고 살았어요"

9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며 쉴 틈 없이 달려왔어요.
일을 잘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 버티다 보니, 어느새 9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더라고요.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해서인지 늘 바쁘게 살았어요.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교에 다녀보거나, 여행을 가거나, 인생을 고민할 시간 같은 건 없었어요.
그래도 일이라는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문득, 어느 날 ‘ 내가 이대로 살아도 되는 걸까?’라는 질문이 들더라고요.
일상은 매일 비슷하게 반복되고, 감정은 무뎌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잃는 기분.
무엇보다도, 그 질문에 도무지 답할 수가 없다는 게 나를 가장 불안하게 했어요.

뭐라도 새로운 걸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뭘 잘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저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어요.

 

 

 

'나'를 깨운 디저트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 팬데믹이 터졌어요.

최전선에서 일을 하며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 확 와닿더라고요.

그러면서 “내가 오늘 죽는다면 뭐가 제일 아쉬울까?” 라는 질문이 떠올랐고

어릴 적에 '진짜' 하고 싶었던 게 뭐였는지 생각해 봤어요.

우연히도 제가 고등학생 때 만든 디저트 사진들을 보게 됐어요.

솔직히 말하면 모양도 엉성하고, 디저트라고 말하기 민망한 것들도 보이더라고요.

사진들을 보면서 혼자 만들어 보고 실험했던 기억도 떠오르고, 행복한 감정이 훅 올라왔어요.

디저트를 만드는 게 내 삶을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오랫동안 잊고 살았더라고요.  

그때 왜 디저트를 좋아했을지 생각해 보니 손으로 반죽을 만지고, 오븐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저에게는 따뜻함과 그리움을 경험하게 해주었더라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나를 위한 결심

그래서 베이킹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고 자격증을 따면서 차츰차츰 준비했어요.

준비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모했지만, 그때에는 제가 할 수 있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어요.

집에서 SNS로 작업을 하면서 브랜딩을 했고, 디저트 가게를 창업하게 되었어요.

준비 없이 시작했던 사업이라 우당탕 부딪히는 날이 많았고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가진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배우고 다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디저트 샵을 정리하고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와 베이커리에 취직을 했습니다.

그곳에서 메뉴나 운영 방식 등을 배웠고 그 전에 사업에서 어떤 것이 부족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이상하게도 일을 하는 내내 알 수 없는 답답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디저트 만드는 걸 사랑하는 건 맞는데 왜 이렇게 답답하지?'

'직원들의 표정은 왜 항상 짜증과 무표정만 담겨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이 맞나? 라는 질문이 또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그곳을 그만두고 나와 다시 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디저트를 먹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길 원했어요.

그렇게 '써니크럼'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어요.

 

 

'Why 써니크럼'

써니크럼이라는 이름은 따뜻한 햇살처럼 다정한 디저트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됐어요.

Crumb는 빵이나 쿠키의 부스러기라는 뜻이지만,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기억을 만든다는 뜻도 담고 있어요.

누군가의 일상에 작은 햇살 같은 조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이름을 짓게 됐어요.

지금은 작은 작업실에서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따뜻한 사람들과 함께 만드는 디저트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디저트를 배우고 싶은 사람, 위로받고 싶은 사람, 그냥 잠깐 쉬어가고 싶은 사람 누구나 머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요.

디저트를 통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 제 앞으로의 꿈이에요.

 

 

디저트는 나의 '언어'예요

한 입 먹고 웃는 그 얼굴이 보고 싶어서 만들기 시작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저는 ‘맛있는 디저트’보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우는 순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좋은 재료를 고르고, 정성껏 굽고, 포장해서 건네는 그 모든 과정이

곧 ‘나’라는 사람을 말해주는 언어 같았어요.

달콤하고 따뜻한 걸 좋아하지만 동시에 포근한 감정도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으려고 해요.
디저트를 통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제가 존재하는 이유가 되겠죠.

 

지금, 나는 이렇게 살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매일 디저트를 굽고 있어요.
제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온기만큼은 누군가에게 전해지길 바라면서요.

지금 제 디저트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에요.
써니크럼의 디저트는 ‘괜찮아, 오늘도 잘 살았어’라는 말이고
‘너는 참 소중한 사람이야’라는 위로이고
‘함께 해줘 고마워’라는 연결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은 오늘이 마지막이라면?" 

누군가는 여행을 떠난다고 말할 수도 있고, 사랑을 고백하겠다고 말할지도 몰라요.
그런데 저는, 조용히 오븐을 예열하고 반죽을 준비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디저트를 나누며 웃고, 이야기하고, 마음을 나누는 하루를 보내고 싶어요.
그 하루가 제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디저트를 만듭니다.
저의 디저트로 누군가의 삶에 따뜻함으로 남기기를 바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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